지난달 25일 밤 일본 국회 주변에서 열린 개헌 반대 집회에 응원봉을 든 시위대가 대거 참가했다. 교도연합뉴스
“전쟁 반대, 9조 지키자!” “무력으로 평화는 만들 수 없다!” “다카이치 그만둬라!”
최근 일본 도쿄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전’·‘평화헌법 개정 반대’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응원봉을 들고, 춤을 추며 외치는 구호들이다. 2024년 12월 3일 내란 이후 2025년 봄까지 한국에서 진행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집회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응원봉과 아이돌 그룹 주제가 등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시위에 동참하는 모습이 일본에서
게임릴사이트 재현되고 있다.
도쿄신문은 도쿄에서도 반전 시위의 세력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시위 모습이 오타쿠들의 ‘오시카츠(최애 활동)’, 음악과 응원봉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지난달 28일 도쿄 국회 앞에서 열린 ‘오타쿠에 의한 반전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3800명이 참석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오시카츠란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
릴게임꽁머니 캐릭터, 운동선수 등 대상을 위한 경제·문화적 활동, 굿즈 구매, 콘서트 참석, 콘텐츠 소비 등을 의미한다.
또 교도통신은 지난달 25일 국회 앞에서 열린 ‘평화헌법을 지키기 위한 긴급행동’에도 응원봉을 든 시위대가 모였으며, 주최 측 추산 약 2만4000명이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25일 시위는 도쿄뿐 아니라 일본 전국의 27개 도도부현
릴짱릴게임 (일본의 광역지자체) 34곳에서 진행됐다.
이처럼 최근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는 반전·반개헌 시위의 특징은 오타쿠나 아이돌 그룹 팬 등으로 참가자들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과 어린이·청소년부터 노년층까지 폭넓은 연령대가 참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8일
바다이야기무료머니 일본 도쿄 신주쿠역 앞에서 열린 평화페스티벌 참가자들이 응원봉과 깃발 등을 든 채 ‘다카이치 (일본 총리) 그만둬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X(엑스) @takinamiyukari 갈무리
도쿄신문은 지난달 28일 국회 앞 시위에 가면라이더 코스프레를 한 채 참가한 다카하시 히로유키(58)는 “우
릴게임 리 오타쿠는 평화를 사랑한다. 평화롭지 않으면 오타쿠는 활동할 수 없다”고 발언해 다른 참가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고 전했다. 유명 애니메이션 ‘데빌맨’의 주제가가 흘러나왔던 이날 시위에서 다카하시는 “오타쿠에게 반전의 불이 붙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시위에서 진행을 맡은 성우 오카모토 마야는 참가자들이 각자 좋아하는 대상을 자유롭게 외치도록 유도했고, 참가자들의 입에서는 연극, 영화, 라쿠고 등 다양한 대상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오카모토는 “좋아하는 것이 끊어지지 않을 수 있도록 전쟁을 피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라쿠고는 일본의 전통 만담을 의미한다.
또 28일 저녁 신주쿠역 앞에서 열린 ‘평화페스티벌’에서는 응원봉과 반전 메시지를 적은 손팻말을 든 참가자들이 역 앞 광장을 가득 채운 채 애니메이션 ‘호빵맨’의 주제가 등을 합창했다. 이날 신주쿠역 광장에는 클럽 같은 DJ 부스도 마련됐으며, 참가자들은 ‘노 헤이트(증오)’ ‘트럼프 그만둬’ ‘다카이치 그만둬’ 등의 구호를 외치며 춤을 추기도 했다.
도쿄신문은 토끼 그림을 이용해 소셜미디어(SNS)에서 반전 주장을 펼친 예술가가 악플을 받자 토끼 현수막과 인형을 들고 시위에 참가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으며 토끼가 반전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오타쿠에 의한 반전 데모에 참여한 중학생 소라네코 캬베츠(13)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 싶다”면서 “그런 생각으로 40대인 어머니에게 ‘시위에 가고 싶다’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도쿄신문은 여성과 젊은층이 많이 보였던 시위에서는 ‘헌법 전문 모에’라고 적힌 깃발을 든 여성도 있었다고 전했다. 모에란 일본어 ‘모에루(싹트다)’에서 유래된 말로, 어떤 대상에 강한 호감이 생긴다는 의미다.
2024년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탄핵안이 가결되자 응원봉을 흔들고 있다. 권도현 기자
이처럼 한국 탄핵집회와 비슷한 모습으로 진화한 일본의 반전·반개헌 시위에 대해 허핑턴포스트 일본판은 “한국의 대통령 퇴진 요구 시위에서 상징적 존재가 된 응원봉 사용이 일본에서도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시위에서 사용하는 응원봉은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 항의의 의사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시위 참가자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운 것은 전쟁과 원유 위기에 대한 불안, 개헌을 추진하는 다카이치 정권에 대한 위기감이다. 지난달 25일 도쿄 국회 앞 개헌 반대 시위에 참가한 스즈키 나리사(28)는 도쿄신문에 “이 나라는 계속 우리에게 DV(Domestic Violence·가정폭력)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희망은 평화헌법과 동료들이다”라고 말했다.
평화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시위를 이어가는 동시에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9조회’ 등 6곳의 시민단체는 1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헌법 9조는 전쟁이나 무력행사를 포기하고 육해공군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인해 이른바 평화헌법으로 불린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1946년 이후 유지되고 있는 헌법 9조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등 내용으로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자민당은 이달 12일 열릴 당대회에서 개헌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방침을 정할 예정이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